
리브랜딩을 시작하면 가장 먼저 로고부터 바꾸고 싶어집니다. 오래된 형태를 정리하고, 새로운 색을 고르고, 지금의 감각을 입히는 식이죠. 하지만 사람들이 이미 사랑하는 상징이라면 질문은 달라져야 합니다. 무엇을 바꿀지가 아니라, 무엇을 남긴 채 더 넓게 확장할 것인가입니다.
최근 디자인 매체 Mindsparkle Mag가 소개한 Pohoda Festival의 2026년 아이덴티티는 이 질문에 흥미로운 답을 보여줍니다. 슬로바키아의 디자인 스튜디오 Andrej & Andrej는 축제의 30번째 에디션을 위해, 익숙한 상징을 3D와 전용 서체로 확장했습니다. 제목의 ‘바꾸지 않는다’는 표현은 그래픽을 전혀 수정하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라, 브랜드를 알아보게 하는 핵심 모티프를 유지했다는 의미입니다.
한 줄 요약
좋은 리뉴얼은 새로운 로고 하나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익숙한 상징이 더 많은 상황에서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일일 수 있습니다.
1. 출발점은 새로운 형태가 아니라, 오래된 기억
Pohoda는 1997년부터 슬로바키아 트렌친에서 이어져 온 축제입니다. 음악뿐 아니라 문학, 무용, 시각예술, 영화와 연극을 함께 다룹니다. 공식 소개에 따르면 나란히 누운 두 아기의 모티프는 1997년 첫 포스터의 사진에서 출발해, 이후 간결한 2차원 마크로 정착했습니다.
이 상징은 단순히 귀여운 장식이 아닙니다. 축제 측은 슬로바키아어 ‘pohoda’가 전하는 편안함과 친밀함, 함께 있다는 감각을 표현한다고 설명합니다. 오랫동안 쌓인 기억이 형태 안에 들어 있는 셈입니다.
이번 작업은 그 기억을 지우는 대신 원래의 사진으로 돌아갔습니다. 평면 마크가 되기 전의 입체감을 다시 생각하고, 두 아기를 3D 모델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과거를 그대로 복원하는 향수가 아니라, 과거를 새로운 표현의 원천으로 쓰는 방식이 인상적입니다.
2. 고정된 로고에서, 변주할 수 있는 오브젝트로
공식 자료에서 새 3D 모델은 아이덴티티의 기본 재료로 설명됩니다. 재질, 색상, 텍스처, 렌더링 방식과 추상화의 정도를 바꿀 수 있는 구조입니다. 조각처럼 입체적이거나 광택이 있는 모습부터, 선과 점 또는 단색 면으로 축약된 모습까지 하나의 상징이 여러 시각적 세계를 오갑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3D가 유행이라서 썼다’는 해석을 넘는 것입니다. 여러 음악 장르와 예술이 공존하는 축제의 성격을, 하나의 고정된 분위기로 좁히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할 만합니다.
이 사례에서 읽을 수 있는 디자인 원리: 알아볼 수 있는 핵심 형태는 남기고, 그 형태를 표현하는 방식은 열어둡니다. 모든 결과물을 똑같이 만드는 대신, 서로 달라도 같은 브랜드로 연결되게 하는 접근입니다. 이는 작업을 바탕으로 한 해석이며 실제 인지도 향상이 측정됐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3. 서체가 정보를 담는 그릇에서, 브랜드의 목소리로
두 번째 축은 전용 디스플레이 서체입니다. 출발점은 축제가 2010년까지 사용했던 레터링입니다. Andrej & Andrej는 이를 기하학적 구조와 둥근 형태로 재해석한 뒤, 주로 아티스트 발표에 활용할 수 있는 전체 문자 세트로 확장했습니다.
공식 설명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소문자 a, e, s의 처리입니다. 이 글자들은 대문자와 같은 높이를 가지며, 글줄의 위쪽이나 아래쪽에 맞춰 배치될 수 있습니다. 덕분에 아티스트 이름은 단순히 같은 서체로 입력한 텍스트를 넘어, 각기 다른 리듬을 지닌 레터링처럼 작동합니다.
축제처럼 수많은 이름을 반복적으로 발표해야 하는 브랜드에서는 이 접근이 유용합니다. 매번 새로운 그래픽 장치를 추가하기보다, 가장 자주 등장하는 콘텐츠 자체에 개성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포스터의 장식과 정보가 따로 놀지 않게 만드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4. 포스터를 넘어, 실제로 만나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로고와 소셜 게시물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공식 자료는 인쇄물, 빌보드, 디지털 커뮤니케이션과 기념 머천다이즈 컬렉션으로의 확장을 설명합니다. 티셔츠와 후디 등에는 레터링, 서체, 3D 심벌과 그 변형이 활용됐고, 의류의 재단과 원단까지 별도로 제작했습니다.
Mindsparkle Mag는 현장에 두 아기 모티프의 대형 공기주입식 설치물도 등장했다고 소개합니다. 사진에서 평면 마크로, 다시 디지털 입체물에서 실제 공간으로 이어지는 흐름입니다.
브랜딩 관점에서 흥미로운 지점은 여기입니다. 관객에게 브랜드는 더 이상 포스터 구석의 로고만이 아닙니다. 입고 다니거나, 현장에서 함께 사진을 찍는 대상이 됩니다. 시각적 식별을 경험의 접점으로 넓힌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5. UX/UI 디자이너가 가져갈 포인트는 따로 있습니다
이 사례를 제품 디자인에 적용한다고 해서 모든 화면에 3D 그래픽을 넣을 필요는 없습니다. 아래는 공식 프로젝트 설명이 아니라, 디지털 서비스에 확장해본 실무 제안입니다.
- 변하지 않을 것부터 정하기: 브랜드를 알아보게 하는 모티프, 정보 위계, 핵심 색상 역할처럼 유지할 기준을 먼저 정의합니다.
- 변주가 필요한 접점 고르기: 캠페인과 온보딩에서는 표현을 넓히되, 결제나 설정처럼 과업 중심 화면에서는 명료함을 우선합니다.
- 표현용 서체와 읽기용 서체 구분하기: 제목에서의 개성이 긴 설명문, 시간표, 가격 정보의 가독성을 해치지 않도록 역할을 나눕니다.
- 정적인 대안도 준비하기: 움직임이 없어도 인식되는 심벌과 작은 화면에서 유지되는 실루엣을 점검합니다. 모션을 쓴다면 움직임 축소 설정도 고려합니다.
유연한 아이덴티티는 ‘아무렇게나 달라도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어떤 상황에서 무엇이 변할 수 있고, 무엇은 반드시 같아야 하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운영 가능한 시스템이 됩니다.
다음 리브랜딩에서 던져볼 네 가지 질문
- 고객이 이미 기억하는 자산은 무엇이며, 왜 남겨야 하는가?
- 우리 브랜드의 성격을 하나의 고정된 비주얼로만 표현하고 있지는 않은가?
- 가장 자주 반복되는 콘텐츠에 브랜드의 개성을 담을 방법은 없는가?
- 작은 화면, 인쇄물, 굿즈처럼 다른 환경에서도 같은 브랜드로 읽히는가?
마무리: 새로움은 꼭 낯선 모습일 필요가 없습니다
Pohoda 2026의 작업에서 배울 점은 입체적인 그래픽 그 자체보다, 이미 쌓인 브랜드 자산을 다루는 태도입니다. 익숙한 모티프와 과거의 레터링을 재료로 삼아, 지금의 매체와 경험에 맞는 표현 체계를 만들었습니다.
브랜드가 오래됐다는 이유만으로 전부 교체할 필요는 없습니다. 무엇을 남겨야 하는지 정확히 아는 팀이, 오히려 더 넓게 바꿀 수 있습니다. 리브랜딩이나 이벤트 아이덴티티를 준비하고 있다면 참고해볼 만한 사례입니다.
프로젝트와 참고 자료
- 클라이언트: Pohoda Festival
- 크리에이티브 디렉션: Andrej & Andrej
- 공식 사례: One festival, two babies, three dimensions
- 디자인 매체 소개: Mindsparkle Mag · Pohoda Festival’s identity brings its babies back to 3D (2026.09.08)
- 스튜디오: Andrej & Andrej
자료 확인일: 2026.09.26. 공식 프로젝트 설명과 매체 소개를 바탕으로 정리한 디자인 큐레이션입니다. UX/UI 적용 항목과 점검 질문은 별도의 실무 해석입니다. 상단 썸네일은 유연한 아이덴티티를 설명하기 위해 AI로 제작한 콘셉트 이미지이며, Pohoda의 공식 로고나 작업물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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